커뮤니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5일 오전 9시 숭례문 앞 건널목. 한 무리의 관광객이 몰려오더니 큰 소리로 얘기를 나눈다. 영어와 한국어가 섞였다. 아니나 다를까, 모처럼 한국을 찾은 재미교포 일가다. 가장 어른인 황모씨. 80이 넘었다는데 호리호리한 몸매에 걸음이 재다. 마침 5년 만에 복구된 숭례문의 첫 일반 개장을 맞아 들렀단다. “나 어릴 때는 이렇지 않았어. 일본 놈들이 다 바꿔놓은 거야.” 함께 온 아내 김모씨가 받는다. “이게 원래 모습이래요. 지난번 빅 파이어로 홀랑 탄 걸 이번에 제대로 고쳤대.” 사위쯤 되는 젊은이가 되묻는다. “빅 파이어?” “그래 큰 불. 성금 받아서 다시 지은 거야. 큰 의미가 있는 거야.”

 숭례문 광장 입구엔 벌써 70~8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문화재청 직원이 팸플릿을 나눠준다. 황씨 일가의 수군거림이 이어진다. “이게 국보 1호래” “불에 홀랑 탔다며 그래도 국보 1호야?” “워낙 중요한 문화재니까.” “그런 중요한 걸 왜 홀랑 태웠대?”

 숭례문이 다시 열렸다. 더불어 숭례문을 둘러싼 두 가지 숙제도 재등장했다. 하나는 해묵은 국보 1호 논란이다. 일제 강점기 때 아무 의미 없이 정해진 국보 1호 자리인 만큼 내놓아야 한다는 쪽과 그냥 둬야 한다는 쪽이 근 20년째 팽팽히 맞서왔다. 이번에도 일단 국보 1호 유지로 결론 났지만, 재논의 주장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불에 탔다는 게 또 하나의 빌미가 됐다. 2005년 불탄 낙산사도 복원됐지만 보물에서 해제됐다.

 다른 하나는 대형 화재의 교훈이다. 복기해보자. 2008년 2월 그날, 숭례문을 무너뜨린 건 작은 불씨 하나였다. 그 불씨가 왜 대형 화마(火魔)로 커졌던가. 책임 실종, 우왕좌왕 때문이었다. 소방차는 물만 뿌려댔다. 지붕을 뜯고 들어갔으면 불을 끌 수도 있었지만 안 했다. 문화재 파손 책임을 안 지려고 서로 미룬 탓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이를 정부 정책에도 빗댔다. “(숭례문처럼) 큰 불이 나면 불부터 꺼야 한다. 이때 물을 좀 많이 뿌릴 수도, 화단을 밟을 수도 있다. 그런데 불을 끄고 나면 물 많이 썼다고, 화단 밟았다고 죄를 묻는다. 이게 반복되면 불 끄기보다 화단 안 밟기, 물 적게 쓰기만 신경 쓰게 된다. 이른바 면피 제일주의다.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 창업국가를 얘기한다. 이때 꼭 필요한 게 패자부활전이다. 그러려면 실패와 실수가 무사(無事)와 안일보다 대접받는 세상이 돼야 한다. 납작 엎드린 채 눈만 떼굴떼굴 굴리다 제 밥그릇만 챙기는 게 지혜요, 좋은 처세술로 인정받는 지금의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창업국가는 요원하다는 얘기다. 5월의 햇살 아래 숭례문이 묻는 듯하다. 두 가지 해묵은 숙제, 풀어낼 준비는 돼 있느냐고.

이 정 재 논설위원·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기사 원문 -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3/05/06/11033081.html?cloc=olink|article|default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글쓴이
공지 자유게시판 2014.09.21 42279 [레벨:409]22대웹관리자_노천명
공지 중국 생활 안전 수칙 [4] 2013.03.16 61454 [레벨:352]20대회장_성유리
304 한국 서류 중국 제출, 중국아포스티유 한국통합민원센터에서 온라인 신청 2023.11.08 2596 [레벨:10]아리스토텔레스
303 [국제입시] 미국 명문대 전액 장학 지원 QuestBridge 프로그램 2023.11.06 2569 [레벨:259]공맵
302 브랭섬홀 아시아(BHA), 남학생에게도 전 과정 IB 교육 제공 2023.11.10 2564 [레벨:259]공맵
301 정치인 사관학교, 조지타운 대학교(Georgetown University) 2023.12.01 2535 [레벨:259]공맵
300 잘자요 [4] file 2012.11.08 2520 [레벨:492]이상효
299 존스홉킨스 대학교 영재 발굴 프로그램 'CTY' 2023.10.30 2486 [레벨:259]공맵
298 오랜만에 도타를 하였다... [5] file 2012.10.26 2446 [레벨:409]22대웹관리자_노천명
297 중국전문가 3人에게 듣는 '시진핑체제 이후의 中과 아시아' [2] 2012.12.13 2438 [레벨:352]20대회장_성유리
296 투표인증 [10] file 2012.12.08 2423 [레벨:391]정태호
295 학교홈페이지 gpa 자동계산 방법 [5] file 2012.12.07 2418 [레벨:1]강은연
294 공맵 신규가입 이벤트 -AP 인기과목 전략집- 증정 2023.03.15 2416 [레벨:259]공맵
293 미국 의대 입시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 (+美의대 파격 입시기준 추가) [1] 2023.08.23 2379 [레벨:259]공맵
292 미국 대학 입시를 위한 AP 시험이란? 2023.03.30 2374 [레벨:259]공맵
291 복학 순서 및 내용 총정리 [4] 2014.08.26 2371 [레벨:121]이성원
290 한국은 행복한가? [3] file 2013.02.16 2367 [레벨:492]이상효
289 [1마력의 1일 1사설] - [조선일보] "非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동 문제 풀지 못한다" [1] 2013.05.02 2360 [레벨:379]허진규1마력
288 북경 연합 마케팅 동아리 ‘ID.crew(아이디크루)’에서 3기를 추가모집 합니다~!! [3] file 2013.02.18 2358 [레벨:4]송민진
287 삼성전자 글로벌 스토리텔러 8기 모집!! file 2015.07.16 2355 [레벨:351]22대회장_노영광
286 [1마력의 1일 1사설] - [매일경제] "한국, 밤길이 불안한 나라가 된 충격적 현실" [1] 2013.03.19 2354 [레벨:379]허진규1마력
285 사랑에 빠진 사람 뇌 [6] file 2012.11.14 2354 [레벨:492]이상효
284 애니팡 고득점 비결 [2] 2012.11.02 2354 [레벨:492]이상효
283 [1마력의 1일 1사설] - "수월성 교육과 평등 교육" [1] 2013.06.11 2350 [레벨:379]허진규1마력
282 2200원짜리 피자.............. [2] file 2012.11.12 2348 [레벨:492]이상효
281 혜성 발견한 中 중학생 [14] file 2012.11.14 2339 [레벨:492]이상효
280 2014년 제65기 차교수의 경제학 교실 [1] file 2014.03.03 2338 [레벨:29]임영빈
279 옥스퍼드대학교 (University of Oxford) 2023.09.25 2337 [레벨:259]공맵
278 뭐 지금 한국발 이슈 때문에 사이트가 흥한데 [3] 2013.12.18 2336 [레벨:379]허진규1마력
277 중국 베이징서 韓어린이 납치됐다 풀려나 [6] 2012.12.17 2335 [레벨:352]20대회장_성유리
276 취리히 연방 공과 대학교 (ETH Zurich) 2023.08.21 2332 [레벨:259]공맵
275 로그인 두번 해야 되는 문제에 대해서 [6] 2014.07.01 2332 [레벨:409]22대웹관리자_노천명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