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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윤창중 사태’를 지켜보는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건들이 오버랩된다. 첫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산타바바라 아침 해변의 추억’을 편지에 담았던 어느 전직 장관과 여성 로비스트의 만남. 청와대 정책실장과 여성 큐레이터의 빗나간 사랑. 상하이 대한민국총영사관 영사와 중국 여인의 수상한 조우(遭遇). 최영미 시인이 시집 『돼지들에게』에서 언급한 남자들. 그리고 강원도 원주 별장에 모여 놀았던 인사들.

 김두식 경북대 교수는 ‘제때 불태우지 못한 소년의 열정’이라는 말로 공통점을 짚어낸다.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규범의 세계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들이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고, 늘 칭찬받았으며, 규범을 어긴 일이란 기껏 과속딱지 몇 번 끊은 게 전부다.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게 예정돼 있다. 원래는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하고 누린 다음에야 어른이 되는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지 못한 사람만이 ‘훌륭한 어른’이 되게 돼 있다. 그런데 성공해 사회지도자로 자리 잡은 후 깊은 내면에서 이들의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것이 있다. 제때 불태우지 못한 ‘소년’이다. 소년이 어느 날 소녀를 만난다. 규범남은 거짓말처럼 우르르 무너진다(김두식, 『욕망해도 괜찮아』).

 그러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행위는 김두식 교수가 말한 ‘불태우지 못한 소년’으로 연결시키는 것마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해몽이라 쳐도 너무 후하다. 한낱 취객의 성추행 범행으로 낙착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피해 상대가 딸이라 해도 막내딸뻘이고, 무엇보다 대통령의 외국 방문을 수행한 처지였기에 달리 회피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항상 근엄한 표정으로 애국을 강조하던 윤 전 대변인이었기에 이번 일탈이 꽤 놀랍다. 다른 사고라면 몰라도 방미 성과에 찬물을 끼얹는 엄청나게 비(非)애국적인 일을 자초할 줄은 몰랐다. 사건이 불거졌을 때 머리를 스친 것은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프랭크 피츠 대령. 보수적·가부장적이고 동성애 혐오자였던 그가 알고 보니 동성애자였고, 이웃 남자를 동성애자로 오인해 접근하다 살인을 저지른다. 지난 토요일 기자회견을 할 때도 윤 전 대변인은 예의 근엄한 얼굴이었다. 장황한 발언 후 마지막으로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저는 제 양심과 도덕성,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갖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겠다.” 순간 떠오른 것은 영국 문필가 새뮤얼 존슨(1709~1784)의 냉소적인 명언이었다. “애국심은 무뢰한(scoundrel)의 마지막 도피처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의 ‘내면의 풍경’이고 그걸 살펴 공직에 기용하는 안목이다. 이 화창한 봄날에 온 국민이 축축한 19금 뉴스나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런 비극, 이런 낭비가 또 어디 있나 싶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기사 원문 -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3/05/14/11112868.html?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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