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미제라면 X도 좋다’던 시절, 남대문 시장은 별천지였다. 가끔 어머님 손에 끌려 도깨비 시장을 찾곤 했다. 지금의 남대문 수입상가다. 그땐 주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물건들을 팔았다. 왜 도깨비일까. “진짜 도깨비가 있어요?” “그럼. 뭐든 있지.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도깨비 방망이처럼.” 아하, 그렇구나. 초콜릿, 땅콩 버터, 시레이션…. 정말 없는 게 없네. 어린 마음에 도깨비=미국이었다.

 그날 어머님은 거버 이유식 빈 병 두 개를 샀다. 80년 전통의 세계적 이유식 거버. 파란 눈의 갓난아이가 활짝 웃고 있는 그 거버다. 당시 주부들 사이에 거버 병은 도시락 반찬통으로 인기 절정이었다. 특히 김치를 싸는 데 유용했다. 한국 병은 어떻게 해도 국물이 샜다. 비닐로 싸고 고무줄로 몇 겹을 묶어도 결국 흘러나온 김치 국물이 책가방을 벌겋게 물들이기 일쑤였다. 거버 병은 달랐다. 최소 몇 달간은 국물 한 방울 안 샜다. 이런 완벽함이라니. 그래서 빈 병 하나에 몇 십원씩 하는구나. 단돈 10원이면 하루 종일 만화책을 볼 수 있던 시절에. 메이드 인 아메리카, 미제는 완소품, 최고의 상징이었다.

 그 미제가 일본·독일에 밀리고 메이드 인 차이나로 대체된 지 수십 년, 다시 옛 영광을 꿈꾸고 있다. 밖으로 나갔던 공장들이 돌아오고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의 미국 생산이 속속 결정됐다. 구글은 연내 선보일 야심작, 안경형 컴퓨터 구글 글라스를 캘리포니아에서 만들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지난해 말엔 애플이 1억 달러를 들여 PC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옮겨오기로 했다. GE의 CEO 제프 이멜트는 켄터키에 새로 냉장고·세탁기 등 백색가전 공장을 짓고 “아웃소싱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보스턴컨설팅 그룹은 ‘인소싱(Insourcing)’,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제조업 르네상스’라 부르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의 부활이다.

 미제의 부활은 과연 가능한가. 부쩍 낙관론이 늘고 있다. 근거는 첫째, 중국의 임금 상승이다. 2000년 미국의 평균 임금은 중국보다 22배 비쌌지만 2015년에는 4배 비싼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둘째, 오랜 경기 침체로 중국산 싼 물건보다 미국 내 일자리가 더 중요해졌다. 셋째, 최첨단 제품 생산엔 디자인과 기술이 중요하다. 본사와 생산지가 가까울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
 
 그래서일까. 일본 기업까지 요즘 아베노믹스를 빌미로 부랴부랴 U턴 중이다. 우리는 어떤가. 여전히 아웃소싱에 목말라 있다. 뒤틀린 노사관계, 긴장의 남북 대치,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 이유는 많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러다 또 후대에 도깨비 시장과 ‘미제의 추억’이나 물려주는 건 아닐까. ‘국산품 애용’이란 구호까지 덤으로.
 
이정재 논설위원·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기사 원문 -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3/04/15/10831575.html?cloc=olink|article|default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글쓴이
공지 자유게시판 2014.09.21 43252 [레벨:409]22대웹관리자_노천명
공지 중국 생활 안전 수칙 [4] 2013.03.16 62598 [레벨:352]20대회장_성유리
184 [1마력의 1일 1사설] - [중앙일보 - 분수대] "6·25 경험자 760만 명 미경험자 4040만 명 그래서 역사교육이 필요하다" [1] 2013.06.25 2229 [레벨:379]허진규1마력
183 [무료상담 이벤트 진행중] 2023년 여름 컨설팅펌 입사대비 Class 개강 안내 (23.7.1. (토) 개강 예정) 2023.06.05 2227 [레벨:49]이커리어
182 SENSE에서 봉사 신청자 받습니다 :) [3] 2013.10.12 2224 [레벨:35]백향목
181 이커리어 2023년 하반기 취업 전략 온라인 무료 설명회 개최(23.6.21. 13시, 한국시간) 2023.06.09 2222 [레벨:49]이커리어
180 [1마력의 1일 1사설] - [매일경제 칼럼 - 매경춘추] "통일 쓰나미" 2013.02.26 2222 [레벨:379]허진규1마력
179 [무료상담 이벤트 진행중] 2022년 여름 컨설팅펌 입사대비 Class 개강 안내 (7월 2일(토) 개강 예정) 2022.06.09 2220 [레벨:49]이커리어
178 북경 연합 사물놀이 동아리 천명에서 신입부원을 모집합니다 [2] file 2013.03.02 2220 [레벨:232]20대기획부장_노수정
177 그림으로 보는 에스프레소 커피의 종류 [2] file 2012.11.08 2219 [레벨:492]이상효
176 충칭(重庆 중경) 여행 중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3가지 2013.03.08 2216 [레벨:128]박선호
175 [무료Live] 공맵 2월 온라인 진로멘토링 '뉴욕주립대 알바니(SUNY-Albany)' 신청(~2/2) 2023.01.27 2215 [레벨:259]공맵
174 옥스퍼드대학교 (University of Oxford) 2023.01.13 2215 [레벨:259]공맵
173 [공맵대학백과]듀크 대학교 (Duke University) 2023.01.11 2215 [레벨:259]공맵
172 GPA 3.9는 좋은 성적일까? GPA 3.9로 갈 수 있는 대학 List 2023.09.22 2213 [레벨:259]공맵
171 [무료Live] 공맵 2월 온라인 진로멘토링 '칭화대학교' 신청(~2/16) 2023.02.16 2210 [레벨:259]공맵
170 [1마력의 1일 1사설] - [중앙일보 분수대] "우리집 강아지 등록 안 하면 7월부터 과태료라는데" 2013.04.02 2210 [레벨:379]허진규1마력
169 [1마력의 1일 1사설] - [매일경제 칼럼 - 매경 데스크] "삐걱대는 창조경제" 2013.03.06 2210 [레벨:379]허진규1마력
168 어떤 AP 과목들을 들어야 할까? (7가지 고려사항) 2023.10.20 2209 [레벨:259]공맵
167 아시아 학생이 백인 학생보다 주요 명문대 합격률이 28% 더 낮은 이유 2023.08.25 2209 [레벨:259]공맵
166 칭화대학교 (Tsinghua University) 2023.01.17 2209 [레벨:259]공맵
165 ★☆2021 해커스 장학생 선발 상세 안내☆★ 2021.04.09 2209 [레벨:2]고고우
164 예일대학교 (Yale University) 2023.09.26 2205 [레벨:259]공맵
163 듀크 대학교 (Duke University) 2023.08.29 2205 [레벨:259]공맵
162 의외로 잘 주는 유부녀 많습니다 2023.06.04 2204 [레벨:3]박상하
161 2024년 대학입시 전략 ‘테스트 옵셔널’ 2023.08.09 2203 [레벨:259]공맵
160 여러분께 자신감을 (선배의 조언에) 2013.10.14 2203 [레벨:0]이정우
159 칭화월보 12월호 선배님 인터뷰 본문입니다 file 2012.12.23 2203 [레벨:352]20대회장_성유리
158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UCSD) 2023.10.17 2201 [레벨:259]공맵
» [1마력 1일 1사설] - [중앙일보] "남대문 도깨비 시장 물려주고 싶지 않은 미제의 추억" 2013.04.15 2200 [레벨:379]허진규1마력
156 전지현부터 김희애까지, 국내 톱스타들이 선택한 국제학교 (2편) 2023.09.08 2198 [레벨:259]공맵
155 시즌 왔다 2014.01.22 2198 [레벨:379]허진규1마력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